🎨 클로드 모네, 프랑스, 인상주의
르네상스를 넘어, 모더니즘으로 가는 첫 항해
🏛 르네상스의 종말, 그리고 새로운 사상의 탄생
15세기부터 무려 500년간 이어져온 르네상스 패러다임은
19세기,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시작은 18세기 계몽주의 사상의 탄생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모든 존재가 ‘왕을 위해’ 존재하는 시대였다면,
계몽주의는 “하늘 아래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내놓았죠.
이 사상은 결국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고,
인류는 새로운 가치 위에 ‘개인의 자유와 이성’이라는 정신을 꽃피우기 시작합니다.
📷 카메라의 등장, 미술을 위협하다
19세기, 미술계를 뒤흔드는 기술 하나가 등장합니다.
바로 카메라입니다.
카메라는 모든 대상을 정밀하게 기록하며
화가들의 '직업적 존재 이유'를 위협했죠.
“이제 그림을 굳이 그릴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이 위협은 역설적으로 미술이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됩니다.
사진이 사실을 담는다면, 회화는 감각과 시선을 담아야 한다는 움직임.
그 변화를 이끈 선두주자 중 한 명이 바로 클로드 모네였습니다.
🎨 모네의 시작 – 바다를 사랑한 소년
모네는 어릴 때부터 반항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유일하게 질리지 않고 몰입했던 것이 바로 ‘그림’이었습니다.
처음엔 캐리커처를 그리며 돈을 벌다가,
우연히 외젠 부댕을 만나 인생이 바뀌죠.
부댕은 실내 화실이 아닌,
튜브 물감을 들고 야외에서 직접 자연을 그리는 인물이었습니다.
항상 부댕을 따라다니던 18살의 모네는
자연의 빛과 공기, 바람, 색의 변화에 매료됩니다.
<루엘 풍경>
모네가 18살에 그린 <루엘 풍경>은
부댕에게 “하늘 묘사의 왕”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 빛의 예민한 관찰자, 요한 용킨트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이가 부댕이라면,
자연을 화폭에 어떻게 담을지 알려준 이는
요한 바르톨트 용킨트였습니다.
용킨트의 섬세하고 빠른 붓질,
빛의 순간을 포착하는 감각은 모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이후 그의 회화는 점점 ‘빛’ 중심의 그림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 바티뇰의 무리와 마네의 영향
모네는 당시 예술가 모임인 바티뇰 그룹에 참여하며
마네, 드가, 세잔, 르누아르 등과 교류합니다.
이 모임에서 그는 마네에게 일본 우키요에의 회화 코드를 배우고,
자신의 그림에 새롭게 적용하기 시작하죠.
<생타드레스의 테라스>
이 그림은 원근감 없이 평면적으로 구성된 하늘과 바다, 육지,
그리고 원색 위주의 단순한 색감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마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빛’입니다.
모네는 철저히 자연광에 의존해 그림을 그렸고,
빛의 움직임을 따랐습니다.
💸 가난과 고난의 시간
하지만 모네의 화풍은 당대 미술계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살롱전에서는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친구의 캔버스를 긁어내어 다시 쓰는 일도 잦았죠.
그의 유일한 희망은 ‘자연’과 ‘빛’이었습니다.
모네는 카메라처럼 빛이 있어야 자연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회화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빛을 번역하는 도구가 되어갔습니다.
🌅 ‘인상주의’라는 이름이 생긴 순간
1874년, 모네는 마네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과
보수적 살롱전을 거부하고 ‘무명 화가 협회전’을 개최합니다.
이 전시에서 모네가 출품한 한 작품,
바로 <인상, 해돋이>가 미술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습니다.
<인상, 해돋이>
이 그림은 마치 오랜 노출로 흐릿해진 사진처럼,
경계도 명확하지 않고 형체도 흐립니다.
하지만 관람자들은 그 안에서 새벽 공기, 햇빛, 물결의 떨림을 느낍니다.
한 평론가는 이 그림을 비꼬며 ‘인상주의’라고 불렀고,
그 단어는 오히려 새로운 미술 사조의 이름이 됩니다.
🚣 수상 화실과 ‘빛의 시간’을 추적한 연작
빛을 좇는 모네는 아예 작은 배를 수상 화실로 개조해
센 강 위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또한 프랑스 각지를 여행하며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대에 바라보는 연작 시리즈를 구상합니다.
<건초더미>
이 시리즈는 마치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계절별로 연속 촬영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같은 건초더미, 같은 위치지만
시간과 날씨, 빛의 변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정이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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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 – 모네, 자연이 되다
말년의 모네는 지베르니에 정착해
연못과 수련이 있는 자신의 정원을 주제로 그림을 그립니다.
<수련>
수련 연작은
형체도, 방향도, 시점도 없는,
순수한 빛과 색의 교향곡입니다.
화폭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을 보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이 된 모네의 시선을 따라갈 뿐입니다.
✨ 모더니즘의 문을 연, 진짜 인상주의자
모네는 단순한 풍경화가가 아닙니다.
그는 빛의 움직임, 시간의 변화, 자연의 호흡을
눈이 아닌 감각으로 기록한 회화의 선구자였습니다.
사진이 모든 걸 정확히 담으려 했을 때,
모네는 그것들을 흐릿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그는 회화라는 배를 타고,
르네상스 이후 이어져 온 전통을 떠나
근대 미술이라는 새로운 바다로 항해한 진짜 선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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